‘중국의 징쥐(京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를 능가하는 민족 음악극을 만들겠다’는 국립창극단의 각오가 묻어나는 무대.
“지루하겠지…” 라는 속단은 금물. 국립창극단이 지난해 2월 동아일보사 주최로 공연한 완판 창극 춘향전은 11일 동안 107%의 좌석점유율을 보여 주말에는 극장 복도까지 관객이 들어차는 대성황을 이뤘다.
왜 우리가 징쥐와 가부키를 논할까? 이들은 서구인에게 동아시아의 대표적 음악극으로 인식돼온 장르. 영화 ‘패왕별희’로 친숙한 징쥐는 170여년, 가부키는 4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창극은 우리 고유의 음악연희(演戱)인 판소리를 19세기말에 연극형식으로 만든 것. 서양의 연극 영화 등에 친숙한 현대인의 시간감각에 맞추느라 창극을 두 세 시간 이내로 줄여 공연해왔다. 창극을 동북아 대표 음악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길이’의 복원은 필수. 그래서 완판 창극이 갖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 김춘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연구소장은 “가부키와 징쥐가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몸짓 무대미술 등이 지나치게 상징화 기호화돼 있다”면서 “창극은 뒤늦게 출발했지만 사실적 표현으로 세계인의 감성에 더 호소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 한 집안의 세 명이 출연한다는 점도 눈길. 왕기철 기석 형제가 심봉사역을 번갈아 맡고 기철씨의 딸 윤정(10)이 어린 심청으로 출연한다. 심청역은 유수정 최진숙 김지숙이 맡는다. 국립창극단장 안숙선은 김영자와 함께 해설자역인 도창(導唱)을 담당한다. 25일부터 7월4일까지 평일 오후4시, 주말 오후3시 국립극장 대극장. 1만2000∼4만원. 02―2274―3507,8(국립극장)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