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새음반 리뷰]진맨 지휘 베토벤교향곡전집

  • 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17분


고전음악이란 똑같은 악보를 연주자마다 개성있게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알아온 사람은 생각을 바꾸어야 할 지 모른다.

최근 선보인 데이비드 진맨 지휘 취리히 톤할레 관현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9곡 전집(BMG 배포).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온 베토벤 교향곡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명한 5번 교향곡의 첫악장. 급박한 관현악 총주(總奏)가 잦아든 뒤 튀어나오는 오보에의 선율에 처음 듣는 장식음이 잔뜩 묻어난다. 3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느닷없이 현악 파트 주자 한 명씩만 남아 ‘실내악’을 펼친다. ‘베토벤 교향곡이라면 잘 안다’는 생각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음표 사이의 이음줄 강약변화 악기편성 등에도 많은 변화가 뒤따른다. 왜 이렇게 연주할까? 2백년 가까이 사용되던 ‘표준악보’ 대신 음악학자 조나선 델 마르가 편집한 새 악보를 사용했기 때문.

“베토벤은 악보를 휘갈겨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의 악보를 읽어 다시 필사하는 과정에서 악보가 틀려졌다. 또 작품이 연주된 뒤 그 악보 위에 베토벤이 수정한 부분도 있었다. 베토벤의 자필악보와 수정원고 등을 검토해 원곡과 달라진 부분을 고쳤다.” 델 마르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작곡가 생전의 의도를 살려 연주한다는 최근 원전연주(原典演奏)의 정신을 따른 것. 그러나 작곡가 당대의 악기 대신 현대식 악기를 사용했으므로 완전한 원전연주는 아니다.

연주의 품질은? 비교적 정밀한 앙상블로 질질 끌지 않고 ‘명쾌한’ 음향을 들려준다. 푸르트벵글러의 ‘영웅주의적’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별로일수도 있다.

염가판(장당 6000∼8000원)으로 발매됐지만 장정이나 해설지에서는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다.★★★★(만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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