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겨냥한 댄스가요, 중장년층을 위한 트로트 위주의 TV음악프로 사이에서 채널만 빙빙 돌리던 386세대. 이들을 대상으로 국악과 양악의 접목을 시도하거나, 록과 팝을 집중소개하는 성인취향의 ‘어덜트(Adult)음악프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녹화라도 있는 날이면 객석은 10대의 광분대신 20∼30대의 ‘은은한 열정’으로 가득찬다.
20일로 350회를 맞는 KBS1 ‘국악한마당’(일 오전9·00). 일요일 밤12시반대에 편성됐던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이 프로는 시조 한 수 읊어대는 노인용 프로였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시간대로 이동, 방송시간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리고 과감하게 크로스오버(장르의 혼합)를 시도하면서 30대 시청자층이 크게 늘어났다.
색소폰과 사물놀이의 변주, 국악과 테크노의 접목을 시도한 신해철 등 실험성 강한 뮤지션들이 ‘국악 재발견’을 해낸 것도 큰 힘이 됐다. 20일 350회 방송에서는 KBS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타령과 군악’을 접목시킬 예정이다.
이상흡PD는“이전에는공영방송으로서 ‘의무방어전’을 하는 기분이었지만 이젠 달라졌다”며 10대와 중장년층 사이에 낀 30대 안팎의‘틈새시장’을공략한다는 전략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새로 시작한 KBS2의 ‘뮤직타워’(일 밤12·15)는 90년대 중반이후 10대의 귀를 떠나 ‘비주류’로 자리잡은 팝음악을 다루는 유일한 공중파 음악프로. 첫방송으로 ‘비틀스’부터 ‘너바나’까지 20세기 록음악의 역사를 훑은 이후 30대 시청자들로부터 “모처럼 TV에서 록을 만났다”는 환영을 받았다.
재즈와 팝 록 등을 주로 다루는 MBC‘수요예술무대’(수 밤12·30)는 크로스오버를 넘어 인디(독립)음악의 ‘햇빛보기’창구로도 활용된다. 지난주에는 홍익대 앞 인디밴드의 대표격인 ‘크라잉너트’ 등의 무대가 마련됐다. KBS2‘이소라의 프로포즈’(토밤12·00)는 듣기 편한 발라드를 중심으로 20대 후반을 넘긴 가수들을 등장시켜 이미 20, 3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악한마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심야시간대에 배치돼 “항시 ‘결방’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만들어야 한다”(‘이소라…’의 박해선PD)는 것이 제작진의 고충. 신세대와 기성세대사이의 ‘낀 세대’와 마찬가지로 시청률높은 댄스가요, 고정시청자층이 두꺼운 트로트 사이에 ‘낀 프로’의 숙명인 셈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