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문필가.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하기 힘든 현실과 영원히 사랑하고픈 이상과의 괴리, 소유욕과 자유 사이의 갈등의 역사를 살폈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문명의 시대별 풍습과 사랑관을 분석한 ‘사랑의 문화사’. 풍부한 예증과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돋보인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여신 에우리노메가 뱀을 닮은 신 오피온과 결합하여 인류를 낳는다. 여신은 오피온이 일방적으로 창조자임을 주장하자 지하세계로 내쫓는다. 이처럼 여신은 처음엔 다른 신보다 우월한 힘을 지녔다. 그러나 여신은 이후 남신의 부인으로서 보다 연약한 존재로 바뀌어간다.
제우스신은 바람을 피우며 돌아다니지만 아내 헤라는 정조를 지키며 참고 지낸다. 여성이 사랑과 결혼이라는 관계 속에서 남성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랑 속의 남녀간 권력구조의 변천을 비중있게 다룬다. 남녀 사이의 권력관계는 오늘날 페미니즘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사랑은 성욕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본다. 시대별 섹스와 매춘 형태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까지도 다룬다. 또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니체의 ‘이기심을 토대로한 사랑’을 통해 ‘사랑과 이기심’, 즉 ‘나와 타자’에 대한 애정도 분석.
저자는 사랑은 긴장과 활력, 투쟁을 먹고 산다고 주장한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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