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술관 개관을 준비할 경우에도 몇년에 걸쳐 대가들의 대표작을 조금씩 사모으는 게 관례인데도 이처럼 한 작가의 작품을 무더기로 매입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설명.
최회장은 운보의 장남 김완(金完)씨에게 200여점(40억원)을 산 뒤 김씨의 소개로 운보 작품 소장가들로부터 20억원어치를 더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만한 금액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작품 구입비로는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액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작품구입예산도 17억여원에 불과하며 미술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호암미술관도 이런 식으로는 작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게 화랑가의 이야기.
또 최회장이 그림을 구입한 가격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운보작품의 전지크기 한점의 가격은 약 2500만원 전후. 그런데 200점을 40억원에 판매했다는 김완씨의 주장에 따를 경우 한 점당 평균가격은 2000만원에 달한다. 화랑가에서는 김완씨가 호가보다는 낮지만 인사동 거래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회장측에 급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도 보험사가 자산운용 목적으로 그림을 수십억원어치 산다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용자산의 2%내에서는 보험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보험사 자산은 계약자 자산으로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림 골동품 등에 마음대로 투자해서는 안된다”며 지금까지 다른 보험사가 이 정도의 거금으로 그림을 투자 목적으로 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허 엽·이철용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