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르 파괴 분류기준 새로 만든다

  • 입력 1999년 6월 21일 19시 57분


『한지(韓紙) 위에 먹과 유화재료를 섞어서 그림을 그렸다면 이는 한국화인가 서양화인가?』

한지 위에 오일스틱으로 드로잉을 하는 황창배의 작품처럼 동서양의 재료를 혼합해 그리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백남준의 ‘색동Ⅰ’도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인해 예전의 기준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작품.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색동무늬를 그리고 그 위에 실물 액정TV를 부착했다.

이것은 회화작품인가, 아니면 설치작품인가? 회화작품으로 보자니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구성하는 설치작품의 요소가 강하고, 설치작품으로 보자니 회화적인 요소도 만만치 않다.

또 1003개의 TV를 이용한 백남준의 ‘다다익선’도 깎거나 붙여서 만드는 의미를 담은 ‘조각’작품에 포함시켜야할 지 애매하다.

미술관이 이 작품들을 구입 소장할 경우 어느 분야로 분류할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장품 정보 전산화를 위해 재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미술관은 69년 개관 당시 미술품을 7가지로 분류했다. 회화1(한국화 동양화) 회화2(양화) 조각 서예 사진 건축 공예 등이었다.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현재의 미술품 분류체계는 30년 전 그대로여서 새로운 기법과 표현양식이 많이 등장한 현대미술의 분류체계로는 적절치 않다”고 밝히면서 새 분류기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정형민(서울대 동양화과) 김영호(중앙대 서양화과)교수 등 전문가 18명을 초청, 소장품 분류기준을 놓고 공개토론회를 벌였다. 현대미술의 특징과 흐름을 반영해 새 분류안을 만들자는 취지.

미술관측은 회화 한국화 조각 미디어 공예 사진 디자인과 건축, 판화와 드로잉 등 8가지로 새 분류안을 내놓았다. 백남준의 작품은 미디어에 포함시킬 예정. 한국화를 별도로 구분한 것은 우리 고유의 양식을 존중해 별도 관리한다는 뜻.

미술관측은 연말까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 분류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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