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이창래씨,「21세기 美소설가 20인」에 뽑혀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25분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34)가 21세기에 활약할 미국인 소설가 20인 중의 한 명으로 뽑혔다.

미국의 권위있는 종합문예잡지 ‘뉴요커’는 21―28일 합병호에서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미국 소설가 중에서 지금까지 뛰어난 작품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장래가 촉망받는 작가 20명을 선발, 이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95년 장편소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 한 권밖에 발표하지 않은 일천한 작품경력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20인에 뽑혀 그의 문학성에 대한 미 평론계의 기대를 입증했다.

현재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의 출판을 준비 중인 이씨는 이 소설 중에서 한 에피소드를 골라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뉴요커에 싣기도 했다.

뉴욕시립대 헌터 칼리지의 창작담당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씨는 두 살인 67년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 이영용(李濚龍·60)씨를 따라 미국에 건너왔으며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원 과정은 오레곤대에서 마쳤고 졸업 후 석사학위만으로 이 대학 교수로 임명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버지 이씨는 “고교시절 영어선생이 창래의 글을 보고 점수를 어떻게 매길지 몰라 당황스럽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면서 “대학졸업 후 월가의 금융회사에 들어가 1년반 동안 일하기도 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첫 소설인 ‘네이티브 스피커’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활용한 작품. 미국 뉴욕 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전도가 양양한 한국계 정치인의 뒤를 파헤치는 같은 한국계 사립탐정의 정신적 방황을 그렸다. 비단 한국계 미국인의 내면세계를 그렸을 뿐 아니라,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의 위기에 처한 인간의 보편성을 뛰어난 문체로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보스턴 펜클럽이 주는 헤밍웨이 어워드와 오레곤 북 어워드 등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굴지의 출판사인 퍼트남사에 의해 책이 출간됐다.

미국에는 이씨외에도 재미교포 작가들이 지금까지 50권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문필활동을 하고 있다.〈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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