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무료음악회 오세요』…시민에 휴식공간 제공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25분


한낮의 나른한 햇살…. 머리띠를 맨 농성 노동자들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소란스럽고 번잡한 거리를 지나 성당문을 밀고 들어가자 또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서울 명동성당의 ‘한낮의 음악회’.

21일 낮 12시20분. 점심식사를 마친 주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자 음악회가 시작됐다. 장중한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6번 ‘핀란디아’. 30분간 진행된 짧은 음악회지만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겼던 100여명의 청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S증권사에 다니는 류인희씨(28). “회사 동료와 함께 점심시간에 한번 와 본 후 고요한 음악회의 분위기에 매료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월요일 낮에 열리는 이 음악회는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 반주단과 트럼펫연주자, 성악가 등이 참여한다. 선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 등 대중적인 클래식과 교회음악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연주형태도 성악과 기악의 협연 등.

한편 지난 9일부터 매주 수요일 명동성당 뒷편 성모동산에서는 오후8시부터 ‘야외음악회’도 열리고 있다. ‘한낮의 음악회’와는 달리 ‘야외음악회’에는 이정식 신상옥 등 교계내에서 유명한 복음가수들이 나와 친근한 생활성가와 대중가요를 위주로 공연한다.

백남용주임신부는 “평일 점심시간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성당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시위 농성으로 삭막해진 성당분위기가 좀더 부드럽게 바뀌어지고 시민들에게 열린 문화휴식공간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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