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에서/조명]작품 분위기 전달하는 「빛의 예술」

  • 입력 1999년 6월 23일 19시 45분


배우가 멋진 연기를 펼쳐도, 무용수가 화려한 춤을 춰도 조명이 비춰지지 않으면 막을 내리고 공연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대를 밝혀주는 조명.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켜주는 조명. 밝게 빛나는 조명 뒤에 숨은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얼마나 밝나? ▼

동숭동 문예회관의 경우 조명 ‘총출력’은 300㎾정도. 국립극장 등 규모가 더 큰 극장은 500㎾안팎이다. 60W짜리 가정용 전구 5000개 이상을 켜놓는 셈.

▼ 연극과 무용조명은 다른가? ▼

연극에서는 대사로 줄거리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조명은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무용에서는 조명도 줄거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참여한다. 붉은색 녹색 조명은 연극에서는 ‘금기’지만 무용에서는 피 숲 등을 상징하기 위해 즐겨 사용한다.

▼ 조명의 종류 ▼

크게 인물조명과 배경조명으로 나눈다. 흔히 ‘인물조명’하면 둥글고 환하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연상하지만 무용공연에서나 제한적으로 쓰여질 뿐, 연극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배경조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뒤쪽에 드리워진 배경막에 빛을 비추는 일. 관객은 흔히 이 막을 하늘로 인식한다. 한낮 장면일 때는 환하고 푸른빛을, 밤 장면일 때는 약하게 푸르스름한 빛을 비춘다. 연무기를 뿜어 안개 효과를 내는 일도 조명담당자의 몫.

▼ 컴퓨터를 쓴다는데… ▼

88올림픽 이후 주요 공연장들에 컴퓨터 장비가 도입됐다. 공연 전체의 조명계획을 입력해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각 장면의 조명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그러나 결점도 있다. 사전에 완벽한 준비가 이뤄지면 컴퓨터 조명이 좋은 효과를 낳지만, 연기나 무대세트 등 사전준비가 미흡한 경우 기존의 수작업식 조명이 현장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에 더 유리하다.

▼ 언제 시작됐나? ▼

16세기 유럽에서 처음 촛불을 사용한 조명이 생겼다. 그때까지 공연은 ‘한낮의 문화’였다. 19세기말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다양한 조명기법이 생겼다.

▼ 전문화 ▼

외국의 경우 조명디자이너와 운영요원 작업요원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혼자 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1회공연당 200∼300만원을 받는 1급 조명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움말〓정진덕·예당기획 조명총감독)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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