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열여섯살의 장한나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드뷔시의 소나타에서는 느리고 깊은 활긋기로 악기의 통울림을 충분히 활용했고, 낚아채듯 빠르게 그어내리는 선율의 날렵함도 귀를 만족스럽게 채웠다. 드보르작의 ‘고요한 숲’에서 최후를 향해 속도를 낮추며 다가서는 명상의 표현은 그가 충분한 내면의 성숙에 도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러나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다. 감기 때문에 줄곧 호텔방에 갇혀있던 장한나는 활을 깊이 그을 때마다 쉭쉭하는 콧소리를 냈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첫악장에서는 의도한 강주(포르테)가 표현되지 않는 순간이 자주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오보라는 더이상 욕심낼 수 없는 반주자였다. 말끔하게 이가 고른 터치로 독주자를 뒷받침하다가도 독주자의 활력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을 때는 호흡을 절묘하게 맞추며 첼로 선율을 앞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연주회 해설지에는 실수가 많이 눈에 띄었다. 곡목소개의 줄바꿈도 잘못돼 있었고, 심지어 ‘오보라는 보자르 트리오를 이끌고 있다’는 기상천외한 설명까지 들어 있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