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유리가면」연극으로 만난다…20,30대 팬 추억 자극

  • 입력 1999년 6월 23일 20시 04분


「유리가면」. 프랑스 주니어소설을 일본작가가 순정만화로 크게 히트시킨 작품. 원작보다 더 유명한 만화 ‘유리가면’이 우리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유리가면’의 한국무대는 러시아와 미국에서 정통극을 공부한 젊은 연극인들이 꾸민다. ‘유리가면’공연의 핵심인물은 전훈(34), 이항나(29) 정재은(30) 등 러시아파 3인방과 뉴욕파 우현주(29).

연출자 전훈과 이항나는 모스크바 쉐프틴연극대에서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메소드를 공부한 석사출신. 정재은은 같은 학교에서 연기분야를 수료한 인물. 우현주는 미국 뉴욕대 연극과 졸업생. 러시아파 3인은 러시아에서 의기투합, 극단 ‘떼아뜨르 노리’를 만들고 현지에서 여러차례 공연했다.

‘유리가면’은 일본의 스스에 미우치가 76년 개작해 지금까지도 연재하고 있는 만화다. 평범한 소녀가 배역을 맡아 유리가면만 썼다 하면 완벽한 연기자로 변신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돼 20∼30대 여성팬들이 적지 않다.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로 개작된 적은 있어도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건 흔치않다. 만화적 기법이나 줄거리를 무대에 옮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런데 이들은 왜 ‘유리가면’을 선택했을까. 더군다나 한국적 리얼리즘을 주장하며 현실과 밀착된 연극에 몰두해온 이들인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 만화를 봤어요. 공주같은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눈물을 짜내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예요. 전설적인 연극의 주연자리를 놓고 배우들이 경쟁을 벌이는 속에 삶과 연극의 희노애락이 담겨있죠.”(이항나)

그만큼 ‘유리가면’은 탄탄한 극적 줄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연극에 관한 만화라는 점이 이들을 사로잡았다는 설명. 분량과 스케일이 방대한 까닭에 연극은 그 중 일부분을 발췌했다. 이미 만화를 봤던 관객이 적지않을 것으로 판단, “쟤는 정말 대단한 아이인 것 같아, 긴장해야지….”같은 ‘유치한’ 대사는 그대로 살려두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은행나무극장에서 8월15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월 공연쉼). 1만2000원(일반) 1만원(중고생). 02―540―6674.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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