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승〓산업혁명시대에는 무한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가고 있다.
고용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이 보고서는 영미식 ‘신자유주의’와 유럽식 ‘사회적 시장경제주의’ 양쪽 모두를 비판한다.
영미식은 실업률은 낮지만 빈부격차의 양극화현상을 심화시키고 있고, 유럽식은 빈부격차는 줄일 수 있지만 실업률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병무〓이 보고서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다층 노동모델’이다. 노동모델의 첫번째 단층은 노년층이나 주부, 경쟁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주 20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제 노동’을 활성화해서 최저 생계비를 보상해주자는 것이고, 두번째는 기업의 자유로운 생산활동, 세번째는 자원봉사 등 자발적인 서비스의 활용이다. 즉 과거에는 GNP에서 급여 노동 부문만 인정했는데 앞으로는 화폐로 교환가치가 표현되지 않는 가사노동과 공공부문(병역 등)까지 일자리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완전고용을 이루기위한 하나의 제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물론 그동안 평가받지 못했던 사회적인 서비스를 모두 일자리에 포함시키자는 발상의 전환은 참신하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는 유토피아적 노동관이다. ‘무언가 일을 하고 있는 상태’를 이룬다고 해서 ‘완전 고용’은 아니다. 노동을 여가활용의 한 형태로 생각하는 소수의 선진국에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선 요원해보인다.
▽양〓기본소득 보장과 더불어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중요한 대안은 ‘파트타임 시간제 노동’의 확대다. 실제로 스웨덴 등 유럽연합국가에서는 관청 일자리의 70% 가량을 여성, 노인들의 시간제 노동으로 채워진다. 핵심인력은 정규직으로 하고 주변인력은 아웃소싱하는 노동형태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려야한다’는 국내의 민주노총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하나의 일자리를 쪼개 근로시간을 줄이고 두 명을 고용하는 것이 ‘1+1〓2보다 큰’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다.
즉 근로시간 단축은 실업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단위시간당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점을 들어 임금삭감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양〓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건비의 상승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가야한다.
일본이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것은 GNP가 3만3000달러에 이른 97년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GNP는 6800달러다. 경쟁국인 대만 싱가포르 등도 40시간 노동단축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면 더 큰 실업을 불러올 수 있다.
노동계와 재계를 위한 노동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두 토론자는 각론에서 더욱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로마클럽보고서에서 고용확대 방안으로 제시한 ‘능력급제’도 마찬가지.
▽양〓능력급제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구조조정을 할 때는 우선적으로 경력이 짧거나 미숙련 근로자를 해고시킨다.
그러나 연공서열제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구조조정 1순위는 월급이 많은 노령층이다. 윗사람 1명을 해고하면 젊은 사람 3명을 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의 숙련도와는 상관없는 구조조정일 수도 있고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선〓능력급제의 어두운 면도 있다. 우선 능력급제는 인간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임금체계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녀의 학비나 결혼자금 등 많은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또한 임금의 잦은 연동은 노동자 가계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체협약과 임금교섭 등 노동조합이 설 땅을 잃게 되는 것도 노조가 능력급제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다. 이 보고서는 노동정책 입안자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정도로 참신한 기획이 많지만 그 제안이 가져올 명암(明暗)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정리〓전승훈기자〉raphy@donga.com
▼「노동의 미래」오리오 기아리니·파트릭 리트케 지음 김무열 옮김 동녁 346쪽 1만5000원▼
로마클럽이 새천년 특별기획으로 발표한 이 보고서는 노동 세계에서 생기고 있는 혁명적 변화를 연구,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완전 고용’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조치를 세우기 위한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보고서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서비스 사회. 여기서 일자리의 개념은 가족 공동체사회에서 지금까지 보수없이 수행된 서비스까지 포함된 확장된 개념이다.
로마클럽의 보고서들은 ‘성장의 한계’나 ‘요소4’와 같이 항상 인류의 미래 문제들을 다뤄왔으며 그 때마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