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창력을 인정받았던 리아는 고소 사건에 휩싸여 재기가 불투명하고 여성 보컬 김윤아가 주축인 그룹 ‘자우림’도 쉬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경쾌한 모던 록 ‘시작’을 머리곡으로 내세운 2집 ‘약속’을 발매 두달 만에 8만장을 넘게 판 신인이 나타났다. 최근 음반 주문도 하루 2천장씩 꾸준히 늘고 있다.
신인 로커 박기영(22). 여성과 록을 마치 물과 기름처럼 여기는 가요계에서 그의 등장은 작은 ‘사건’.
‘여성〓발라드, 소녀들〓댄스 그룹’이라는 흥행 공식과 여성 로커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연 박기영이 이같은 통념을 딛고 인기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까.
박기영은 여고시절부터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에서 활동하며 주목받았던 신인. 그러나 가수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97년말 ‘기억하고 있니’로 데뷔했으나 그의 말대로 “망했다”. 음반 판매가 2만여장에 불과.
그래도 라이브 무대 등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1년을 버텼다. 지난해 6월 라이브 무대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김종서가 그의 가능성을 알아 봤다.
김종서의 평.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대단한 신인이라고 생각했다. 타고난 록가수다. 강한 성대와 흔치 않은 목소리를 가졌다. 고음과 중저음이 상당히 균형이 잡혀 있다.”
첫음반의 실패 원인이 로커의 기질을 내세우지 않은 탓이라고 진단, 이번 두번째 음반에는 록을 많이 담았다.
발라드를 주장하는 매니저와 수차례 씨름끝에 약간씩의 양보로 합의했다.
‘시작’ ‘약속’ ‘우리 사이’ ‘세번째 사랑’ 등 가벼운 록을 비롯해 강렬한 사운드를 지닌 ‘밀레니엄’ ‘내가 생각했던 세상은’을 실었다. ‘밀레니엄’에서는 ‘시들어 썩어진 우리의 진실은 기억없는 허접일 뿐이야’라고 외치기도.
“여가수가 가벼운 록을 하다 보면 자칫 귀여운 이미지로 승부하려 하는데 그게 로커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박기영의 2집에도 그런 낌새가 엿보이는데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박기영이 기억해야 할 선배 로커들의 충고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