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싸움이 뜨겁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채널이 많고 화면의 질이 좋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이 실시될 경우 TV시장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TV는 디지털형으로 급속히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TV는 특히 TV와 PC를 결합시켜 21세기 필수적인 ‘정보상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낳고있다.
올해 10월쯤 국내에서 디지털 실험방송이 시작되고 유럽 미국 등의 디지털방송이 확산하면 삼성과 LG전자가 요즘 벌이고 있는 ‘완전평면’싸움 수준의 기술경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양사는 해외에서 부터 디지털TV 시장경쟁을 치열하게 시작했다.
삼성은 주로 미국, LG전자는 유럽시장을 주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 TV산업을 주도해온 일본업체들이 아날로그 방식의 고품위(HD)TV에 매달렸다 뒤늦게 디지털쪽으로 괘도를 수정하는 사이 우리업체들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미국과 함께 디지털 표준을 채택, 발빠르게 해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내놓은 디지털TV제품은 40인치에서부터 65인치까지 6개모델에 가격대도 3000∼1만달러로 차별화 돼있다. 삼성은 이와 함께 각국이 과도기적으로 아날로그 디지털 영상신호를 동시에 송출하는 점을 감안, 두 종류의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셉톱박스까지 개발, 디지털방송에 관한 한 전 제품을 생산하면서 다양한 가격대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4월 64인치 한국형 디지털 TV를 선보였던 LG전자도 유럽, 특히 영국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국 상공에서 디지털TV방송을 개시한 루퍼트 머독 계열 위성방송사 BskyB사에 디지털 TV 독점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하반기부터 완전평면 디지털TV를 수출, 일본업체들을 완전히 따돌린다는 구상. LG는 특히 자회사인 미국 가전업체 제니스사가 미 디지털TV 표준규격 개발을 주도했던 ‘그랜드 얼라이언스’에 참여했기 때문에 원천기술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빅딜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디지털TV 보다 차세대 대형 표시장치인 PDP에 매달리고 있다. 40인치 PDP를 경쟁사인 LG전자 시판가의 절반에 내놓은 대우는 일본 등에서 PDP수요가 불이 붙고 있는 만큼 시장이 확대되면 제조원가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