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한국의 생태사상」

  • 입력 1999년 6월 30일 11시 36분


▼「한국의 생태사상」박희병 지음 돌벼개 펴냄 384쪽 1만5천원▼

우리들은 흔히 `환경문제`의 연원을 서구화와 일정부분 동일시하는 인식을 갖는다. 그리고 그 반성과 대안으로 제시된 `생태주의` 역시 서구로부터 비롯됐다고 간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사상에 나타난 자연관을 살펴보면 이것은 성급한 단정이다. 인간과 물(物·자연)의 조화와 공생을 중요하게 여기며, 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봄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행태, 그리고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대해 반성적으로 인식하는 생태적 지혜가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에 내장돼 있는 것이다.

박희병교수의 `한국의 생태사상`은 그 점을 확인시키는 의미있는 저작이다. 이 책은 한국의 전근대 사상가 가운데 이규보 서경덕 신흠 홍대용 박지원의 사상을 탐구한다. 고려중엽의 이규보와 조선후기의 박지원 사이에는 무려 6백년이라는 세월이 놓여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깊이있고 풍부한 생태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만난다.

우리의 고전을 `생태사상`이라는 각도에서 재해석하며 읽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동양사상에 대한 조예가 어느정도 요구된다. 그러나 저자가 책머리에 권한 대로 각 장마다 인물별로 비교적 쉽게 쓴 글을 먼저 읽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세계로 `진입`이 가능하다. 우리 고전과 사상가에 대한 저자의 해박하고도 깊이있는 지식, 단아하고 설득력있는 서술도 독서의 묘미를 돋우는 요소이다.

김영신<동아일보 뉴스플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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