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크바스토프는 팔다리가 없는 독일 바리톤이다.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몸통에 직접 손발이 붙은 기형의 몸으로 태어났다. 지난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음반을 내놓으면서 그의 독특한 이력도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크바스토프가 이 ‘겨울 나그네’를 어떻게 해석해서 그 매력을 전달했을까가 관심거리였다. 그의 음성은 까랑까랑하고 강건하다. 특히 저음에서 단단한 음색과 큰 볼륨을 갖고 있다. 윤곽이 또렷하달까. 그래서인지 수채화처럼 번지는 실연의 노래인 ‘겨울 나그네’와는 어딘가 들어맞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다.
그가 올해 독일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녹음한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겨울 나그네’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문호 브렌타노가 편집한 독일 민속시집. 크레파스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전해주는 가사가 일품이다. 동물들의 노래자랑, 물고기를 상대로 설교하는 사제…. 회화적이면서도 서사적인 옛이야기들이 그의 또렷한 음색에 잘 어울려든다.
이 가곡집이 마냥 행복한 동화의 세계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탑에 갇힌 죄수, 보초를 서는 어린 병사 등 노래 속 여러 주인공들은 세상의 씁쓸함을 하나 둘씩 짊어지고 있다. 크바스토프는 테너를 놀라게 할 정도의 선명하면서 탄탄한 고음, 불같이 뜨거운 포르티시모(최강음)로 이들의 고뇌를 그려낸다.
이 가곡집은 남성 여성 한 명씩의 노래로 불려진다. 음반에서 크바스토프와 짝을 맞춘 가수는 메조 소프라노 안네 조피 폰 오터. 소프라노 보니가 “현역 최고의 가곡전문 메조”라고 칭찬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는 기대와 달리 어딘가 힘없게 들린다. 관현악 반주와 잘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보인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반주.★★★★(만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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