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신인가수 소냐(19·본명 김손희)가 뮤지컬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9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려지는 ‘페임’(FAME).
미국 뉴욕의 세계적 예술고등학교인 ‘라 구아디아’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갈등과 좌절, 그리고 극복을 열정적인 노래와 춤에 담아낸 뮤지컬. 주인공 카르멘 역을 맡은 소냐는 극중 인물과 비슷한 길을 걸어와 화제를 모은다.
경북 구미에서 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냐. 하지만 아버지는 소냐가 태어난지 일주일만에 미국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여덟살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후 외할머니와 살아온 소냐는 어릴적부터 한번 들으면 노래의 리듬은 물론 감정까지 살려내는 타고난 음악적 감각으로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다.
“야간학교에 다니면서 낮엔 방직공장에 다녔거든요. 시끄러운 기계음을 오히려 강한 비트의 음감으로 해석하기도 했죠. 기계를 돌리면서 노래를 불러대면 정말 신이 났어요.”
이런 사연이 TV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의 음반제작자들의 눈에 띄어 최근 꿈에도 그리던 첫 앨범(‘너의 향기’)을 냈다. 흑인 특유의 R&B(리듬 앤 블루스)감각, 어린나이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폭발적 성량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가요평론가들의 평.
신문보도를 통해 소냐를 접한 연출자 윤호진은 그의 가창력 못지않게 굴곡진 삶을 꿋꿋하게 헤쳐온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살며 견뎌온 아픔과 고뇌, 용기와 희망이 연기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떤 배우보다 주인공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매일 10시간씩 두달여간의 혹독한 훈련으로 ‘광대’로서의 기본기를 담금질하고 있는 소냐는 요즘엔 극중 동료인 타이론과의 키스신도 매일 세차례씩 소화할만큼 배짱도 두둑해졌다.
앨범제작에 뮤지컬 데뷔 등으로 스타로 가는 엘레베이터를 올라탄 소냐에게는 남다른 바램이 하나 더 있다. “미국으로 떠나신 아버지가 이번 공연을 보고 저를 알아보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8월1일까지. 화목 오후7시반, 수금토일 오후3시 7시반(월 공연쉼). 02―539―0303.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