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리…」등 직장인 소재 만화 잇단 출간

  • 입력 1999년 7월 4일 18시 37분


‘무능력한 사람들이 출세한다. 왜? 가장 무능력한 사원이 회사에 가장 적은 타격을 입히므로….’

웃다가 돌아서면 가슴이 찡해지는 샐러리맨들의 이야기. 직장인을 소재로 한 만화가 인기다. 인원감축과 봉급삭감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고통을 받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만화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올해초 ‘천하무적 홍대리’(작은책)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중견만화작가 강주배씨가 그린 ‘무대리, 용하다 용해’(아선미디어)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작달만한 키, 곱슬머리에 메기입술, 툭 튀어나갈 것같은 아랫배가 주인공 무용해대리의 모습. 군대처럼 꽉 짜인 회사생활이 그에게는 유쾌한 ‘놀이’로 승화된다.

“무대리, 저녁에 술한잔 사줄께.” 매일 구박만하던 마부장. 어느날 무대리를 위해 저녁을 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장의 갑작스런 친절이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하려는 때문인줄 아는 무대리. 그의 좌충우돌에서 진한 페이소스마저 느껴진다. ‘번데기’라고 놀림을 받던 어느날 거대한 물건(?)이 찍힌 ‘탁본’을 들고 회사에 나타나기도….

무대리의 인기는 ‘무대리 노래방’ ‘무대리 포장마차’등으로 확산, 최근에는 LG전자의 만화CF에도 캐릭터로 등장했다.

‘천하무적 홍대리’는 프랑스계 회사 코제마 코리아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마추어 만화가 홍윤표(33)가 자신을 모델로 그린 것. 부장에게 혼날 때는 ‘동해물과 백두산∼’을 속으로 부르며 시간가기를 기다리고, 꽉막히는 도로에서 날개달고 출근하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무대리…’는 잡지사에서 5년간 직장생활을 했던 김기정이 스토리를 썼고 강주배씨가 그렸다.

80년대 기업만화는 무일푼의 젊은이가 라이벌을 물리치고 어느날 갑자기 재벌이 되는 식의 황당한 성공스토리 위주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사고뭉치 말단 직원이 드디어 회사내에서 인정을 받는, 보다 현실적인 주인공으로 바뀐다. 허영만의 ‘아스팔트 사나이’ ‘미스터Q’ ‘세일즈맨’이 대표적. 발로 뛰는 작가의 치열하고 정확한 취재가 바탕에 깔려 샐러리맨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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