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퇴직자 재취업 「상한가」…관리인력 수요 늘어

  • 입력 1999년 7월 5일 23시 23분


S기업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초 IMF체제로 감원태풍에 휩쓸려 퇴직한 권효진(權孝鎭·42)씨는 요즘 제2의 황금기를 꿈꾸고 있다.

별다른 자격증이나 특기가 없는 관리직 출신이라 1년이 넘도록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근 자신을 경력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연락을 해온 4곳 중 2곳은 퇴직 당시 받던 급여수준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권씨는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쪽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IMF체제 이후 졸지에 회사 밖으로 내몰린 40, 50대 퇴직자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출신보다 대기업 등 일반기업 출신 40, 50대 퇴직자들에 대한 인력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자체 운영하는 고급인력정보센터의 재취업 실태분석에서 이같은 경향은 뚜렷이 확인된다. 이곳을 통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재취업에 성공한 656명 중 40, 50대는 전체의 79.7%에 달했다. 30대는 14.8%, 60대 이상은 5.5%에 그쳤다.

재취업자 중 일반기업 출신은 77.0%로 공무원 출신 0.8%, 금융기관 출신 7.0%, 군인과 정부투자기관 출신 각각 1.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인력을 채용했을 경우 월급여의 3분의 2까지 보조해 주는 채용장려금제를 활용한 2283개 기업 중 1303개가 40, 50대 퇴직자를 상당수 채용했다. 재취업에 성공해 고용보험에 재가입한 50만8200여명(5월말 현재)중 40, 5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감원태풍에 휘말려 있던 40, 50대가 최근 인기를 누리는 것은 급속한 경기회복으로 고급 관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 20, 30대에 비해 조직관리와 영업활동 등의 분야에서 노하우가 풍부한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실있는 기업관리를 위해 조직과 자금 등 관리분야 경험이 많은 40, 50대 인력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어 연말까지 상당수의 40, 50대가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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