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 숭배물에 대한 훼손’.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사건이다. 시인 김지하(율려학회장)는 “단군의 존재는 종교와 신앙을 떠나 우리 민족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정서적 정체성의 원류”라며 “너무도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단군상 훼손경과
4일밤 목이 잘려나간 단군상은 단학선원이 모체가 돼 98년 결성된 한문화운동연합(대표 이승헌)이 올해초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와 공원 등지에 건립하기 시작한 것. 모두 360기를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까지 약 300여기가 세워졌다.
‘종교가 아닌 시민단체’라고 밝힌 한문화운동연합측은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상고사(上古史)를 바로잡고 단군의 ‘홍익인간 제세이화(弘益人間 濟世利化)’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단군상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지난달 14일 성명을 내고 “역사적 사실로 정립되지 않아 학자들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신화적 인물을 민족전체의 국조(國祖)내지 신앙의 대상으로 삼도록 공공장소에 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우상숭배’에 대한 정부의 진상조사와 철거를 요구했다. 경기 파주 안양, 경북 영천 등지의 각 지역교회협의회에서는 여러 차례 단군상 철거 기도회를 열고 자녀 학교 안보내기 운동 등을 결의하기도 했다.
★훼손, 왜 계속되나?
타종교 상징물에 대한 훼손은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98년 6월 범인이 개신교 신자인 것으로 밝혀진 제주 원명선원 불상훼불 사건 이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신대 김경재교수는 월간 ‘기독교 사상’(98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개신교인에 의한 타종교 상징물 훼손의 경우 그 원인은 개신교의 순수신앙 변질, 문자에 얽매인 성경해석 등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교수는 “한국 개신교인들은 오로지 문자적 성경무오설(聖經無誤說)에 의해서 교육되었다”며 종교상징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종교다원주의에 바탕한 새로운 신학의 정립을 촉구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