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정진홍/『단군신화 사적인 훼손 안돼』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신화(神話)는 허구’이고, ‘역사(歷史)는 사실’이라는 이분법적인 이해는 19세기의 결정론적 사고이다. 문자로 기록된 것만이 역사가 아니다. 삶의 경험을 담은 것이 역사라고 했을 때, 신화는 인간 삶의 경험이 이야기의 형태로 정착된 것이다. 즉 신화란 ‘역사 이전’이 아니라 역사를 해석한 것이다.

‘신화는 실제인가, 아닌가’하는 논쟁은 그래서 무의미하다. 신화가 아무리 실제라고 해도 허구를 완전히 벗은 ‘사실(fact)’이 될 수는 없다. 북한에서는 단군릉을 발굴하는 등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신화는 한민족의 정체성과 자의식의 원형이 담겨 있는 이야기이다. 신앙이라기 보다는 인류학적 정서적 요소가 더욱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신화는 평소에는 잊혀져 있다가 공동체의 위기 때마다 새롭게 요청되어진다.

‘단군신앙’을 종교로 만든 경험도 있는 만큼, 공공장소나에 단군상을 건립하는 행위는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다. 이를 공론화시켜 토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적으로 함부로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이요 실정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정진홍교수(서울대 종교학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