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를 한껏 활용할 수 있는 영화 TV의 공포물과는 다르다. 이성열(극단 ‘백수광부’대표)은 “피와 살점이 튀는 등 영상매체의 관습적 기법은 연극무대에서 기술적으로 힘들다”며 “대신 영상매체에서 금기시될 법한 전위적인 내러티브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한다.
‘귀신의 똥’ ‘심야특식’에서 소복입은 귀신도 등장하지만 ‘공포연극제’가 다루는 것은 살인 폭력 원한 복수 보다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공포심리를 건드리는 데 촛점을 맞춘다. 손정우(극단 ‘표현과 상상’대표)가 연출하는 ‘다림질하는 사람’을 보자.
세탁소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매일 다림질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이 남자는 어느날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에게 빠지고 줄곧 따라다닌다. “저 여자를 가질 수 있을까”. 그는 여자를 살해한 뒤 시체를 계속 다림질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곁에 영원히 두려 한다. 인간의 집착심리가 살인 그 자체보다 섬뜩하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인간의 불안심리를 극대화한 ‘꿈’(김광보 작 연출)은 객석의 상상력과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공포물. ‘아빠!’ (박귀옥 작, 최용훈 연출)는 아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살부(殺父)의 욕구를 건드리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낸다.
8월1일까지 1탄은 ‘꿈’ ‘귀신의 똥’ ‘다림질하는 사람’이 30여분간 공연되고, 5일부터 22일까지는 ‘심야특식’ ‘아빠!’가 40여분씩 올려진다. 8월2∼4일 공연쉼. 평일 오후7시반 금토일 4시반 7시반(토 밤12시 추가). 1만2000원. 02―764―3375.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