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연극제」15일 개막…혜화동 1번지 극장

  • 입력 1999년 7월 7일 18시 29분


영화나 TV와는 달리 공포 소재를 납량물로 다루지 않았던 연극판에 공포연극이 본격적으로 시도된다. 실험연극의 메카로 꼽히는 ‘혜화동1번지 극장’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김광보(35) 박근형(36) 손정우(38) 이성열(37) 최용훈(36)등 30대 연출가 다섯명이 모여 15일부터 8월22일까지 마련하는 ‘공포연극제’.

특수효과를 한껏 활용할 수 있는 영화 TV의 공포물과는 다르다. 이성열(극단 ‘백수광부’대표)은 “피와 살점이 튀는 등 영상매체의 관습적 기법은 연극무대에서 기술적으로 힘들다”며 “대신 영상매체에서 금기시될 법한 전위적인 내러티브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한다.

‘귀신의 똥’ ‘심야특식’에서 소복입은 귀신도 등장하지만 ‘공포연극제’가 다루는 것은 살인 폭력 원한 복수 보다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공포심리를 건드리는 데 촛점을 맞춘다. 손정우(극단 ‘표현과 상상’대표)가 연출하는 ‘다림질하는 사람’을 보자.

세탁소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매일 다림질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이 남자는 어느날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에게 빠지고 줄곧 따라다닌다. “저 여자를 가질 수 있을까”. 그는 여자를 살해한 뒤 시체를 계속 다림질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곁에 영원히 두려 한다. 인간의 집착심리가 살인 그 자체보다 섬뜩하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인간의 불안심리를 극대화한 ‘꿈’(김광보 작 연출)은 객석의 상상력과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공포물. ‘아빠!’ (박귀옥 작, 최용훈 연출)는 아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살부(殺父)의 욕구를 건드리면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낸다.

8월1일까지 1탄은 ‘꿈’ ‘귀신의 똥’ ‘다림질하는 사람’이 30여분간 공연되고, 5일부터 22일까지는 ‘심야특식’ ‘아빠!’가 40여분씩 올려진다. 8월2∼4일 공연쉼. 평일 오후7시반 금토일 4시반 7시반(토 밤12시 추가). 1만2000원. 02―764―3375.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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