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배우 가수 라디오DJ…그야말로 ‘멀티태스킹 탤런트’인 양희경(46)이 올해 또 수녀복을 입는다. 9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넌센스2’에서 부원장 허버트수녀 역이다.
수녀복이 가뜩이나 ‘펑퍼짐한’ 외모를 부각시키는 것이 싫다면서도 수녀 역의 단점은 그것뿐이라는 양희경의 설명. 그만큼 그는 수녀연기와 수녀복에서 연극하는 재미를 새록새록 발견한다고했다.“직업의성스러움과 비밀스런 여성스러움. 수녀가 연극의 캐릭터로서 매력적인 이유죠.”
2탄은 전편에서 수녀들이 식중독으로 숨진 후 동료수녀들이 장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을 펼친 지 6주후부터 시작된다. 기억상실증에 빠진 엠네지아 수녀(이아현 분)의 복권당첨금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수녀들의 해프닝이 펼쳐진다.
양희경은 ‘넌센스’를 비롯,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94년)‘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95년) 등 가족적이고 따뜻한 이미지의 배역을 맡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나마 어둑어둑한 그림자를 털어내고 싶어 그런 배역을 원했다”고 했다.
62년 부모가 헤어지고 언니인 가수 양희은과 함께 계모 밑으로 들어갔다. 이후 양희경은 가수의 길로 접어든 언니만 바라보며 살았다.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던 언니가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가고 졸지에 가장이 된 양희경은 77년 “나는 양희은이 아냐”라며 덜컥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한동안 살림에 몰두했으나 차츰 ‘양희은의 동생’이라는 그늘은 물론 자기자신도 사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양희경이라는 자기이름을 걸고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했던 것이 85년이었다. 그런 양희경에 대해 연출자 김도훈은 “놀랄 정도로 개성과 활력을 뿜어내는 그를 볼 때마다 고 추송웅씨가 여자로 환생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8월15일까지. 화수목 오후7시반, 금토일 4시 7시(월 공연쉼). 3만원(S석)2만5000원(A석)2만원(B석). 02―766―8889.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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