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종철은 1991년에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창간했고 그 잡지를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반성적 논의들을 주도하고 또 확산시키고 있다. ‘녹색평론’과 같은 잡지가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음은 좁게는 우리 지성계에, 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영문학 교수이면서 문학평론가이지만 이제는 녹색평론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간디의 물레’는 왜 오늘날의 산업문화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설득한다.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왜 인간생존에 필연적이며 그 자체로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가를 설득한다. 그는 거대한 기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산업문화의 비인간성을 폭로한다. 이를 대신할 ‘섬김’과 ‘보살핌’의 문화를 강조하고 가난의 의미를 재평가하며 자주적 공생의 논리를 제시한다. 특히 산업문화의 포기가 희생과 금욕의 선택이 아니라 좀더 진실한 삶을 선택하려는 이기적인 노력이라는 그의 말은 인상적이다.
한편 그의 논리와 주장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나라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태학적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많이 열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희망을 제시한다. 기능주의가 판치는 우리 지성계에서 인간 존재의 근본 방식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이만한 철학적 정신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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