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은 `1996년에 등단했다`고 말한다. 97년에 나온 `흰 소가 끄는 수레`가 첫 소설집이고 이번에 펴내는 `침묵의 집`이 첫 장편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73년에 등단하여 끊임없는 문제작들을 펴냈다.대중적 인기라면 이문열 최인호에 못지않을 것이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 `태양제` `불의 나라` `물의 나라`등 몇몇 제목을 보라. 그 작품중의 하나는 읽었을 것이며 미학적 감동에 한동안 사로잡힌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3년여 절필을 했었다. `극심한 내적 분열과 상처, 점점 거세어져가는 글쓰기의 고통`이 변(辯)이었다.
그가 그 고통을 딛고 야심찬 장편을 펴냈다. `침묵의 집`은 무엇이며 그 함의(含意)는 어디에 있는가? 어찌보면 통속적인 중년남자의 `변태적 사랑`일 내용에 짜릿한 말초신경의 아픔을 느끼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천예린이라는, 이름자체부터 소설적인 50대중반의 여성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광폭한 사랑` `반역의 사랑` `불꽃사랑`에 독자들은 전율할 것이다. 박범신다운 투명하고 정밀한 문체로 인간 본능의 실체를 최저층까지 낱낱이 추적해가는 역동적인 내면소설로 칭찬받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적인 평자들에게 배반으로 읽히기를"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