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첫사랑」앵콜공연…청소년삶 묘사 큰 호응

  • 입력 1999년 7월 14일 18시 36분


너무도 생생한 학교묘사로 지난해 중고생들만 2만여명이 봤고 결국 학생과 교사들의 요청에 16일부터 앵콜공연되는 화제작 ‘첫사랑’. 13일 오후에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Y중학교 교사들이 37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맛보기 공연을 볼 행운을 잡았다.

막이 오르기 전까지 “연극의 3요소는 배우 무대 꽃다발!”하며 킥킥거리던 어린 관객들은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작품에 숨죽인채 빨려들었다.

고교 풍물반에서 만난 민석과 수진. 교내 도난사건에 말려들면서 사귀는 사이라는 것이 탄로난다. 민석의 부모는 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아들을 89%이상의 대학진학율을 자랑하는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연출자 방은미는 청소년들의 삶을 무대에 옮기기 위해 서울 5개고교 2,3학년 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이성교제 가족문제 등을 설문조사했다. PC통신에 드러난 그들의 언어와 의식도 고스란히 살려냈다. 자연히 객석은 달아오를 수 밖에.

민석이 장구채를 두드리며 수진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야 쟤 너 아냐?”(학생) “어머 몇반 누구누구네”(교사)같은 반응이 튀어나왔다. ‘범생이(모범생)’이선희, ‘피클’이 별명인 가수지망생 홍미자, 재수생 출신 서동평, 그리고 어리벙벙하지만 순진한 만화가 지망생 손재구…. 민석과 이들은 수업도구이자 감시카메라로 활용되는 TV모니터, 비인간적인 체벌, 편지검열과 외출통제 등 다소 과장된 작품 속 학교풍경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연기해 “바로 우리 얘기!”라는 호응을 얻어냈다.

하이라이트는 민석이 수진에게 보내려다 검열에 걸린 연애편지 속 학교현실 고발. “여긴 나한테는 학교가 아니다. 입시병에 걸린 정신병자들이 지배하는 수용소다. 정신병자가 운전하는 버스에 나의 청춘이 실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나는 누구인지…. 저 운전대를 뺏어야한다는 생각과 이 버스에서 내려야한다는 생각이 부질없이 싸우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훌쩍거리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1시간20분을 학생들과 함께 울고웃던 한 교사는 “제자들을 공연장에 데려온 것으로 선생으로서 할 도리를 했구나 싶었다”면서도 이들의 눈에 비친 학교현실,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교육자의 무력감에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학생들의 생활시간을 고려해 낮에만 공연된다. 8월22일까지 화수목 오후4시 금토 3시 6시 일 3시(월 공연쉼). 1만2000(일반)8000원(학생). 02―741―5322.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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