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둘 탈 때마다 파리는 열댓마리씩 무임승차. 건성으로 성가신 파리를 쫓는 운전사와 말리는 손님의 수작이 한가롭다.
‘그냥 놔두시게 기사양반 /그놈들도 광천장에 왔다 가는 겨…미안유 /먼저 장날 것두 다 뭇 잡었슈 /잘 보면 집이 것두 있을뀨 /낯익은 놈 있으면 인사들이나 나눠유…’ (‘파리’ 중)
이고지고 떠나 산으로 바다로 가도, 관광지에서 겪게 되는 또다른 북적거림. 마음의 휴식을 원한다면 멀리 떠날 것 없이 차라리 바람 한점, 맑은 물 한 모금같은 시를 읽을 일이다.
우리나라 들꽃과 그 꽃 보며 함께 울고 웃은 사람들의 사연을 바느질한 송수권시인의 ‘들꽃세상’ (혜화당). 시집을 펼치면 며느리밥풀꽃, 하늘매발톱, 개불알꽃, 영산홍, 숨비기꽃, 자주달개비꽃….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꽃들이 구구절절하다.
바다가 멀리 있다고? 시인 장석남은 ‘마당에 /녹음 가득한 /배를 매다’라고 천연덕스레 말한다. 사는 일이 배의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증’ (99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중 ‘마당에 배를 매다’)이므로.
시인들은 ‘보아서 예쁜’ 자연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너와 나, 사람과 자연의 자리를 뒤집어본다. 아니 그 경계 자체를 허문다.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창작과비평사)를 낸 강원도 영월 산골의 농사꾼 시인 유승도. 폐광촌 빈집에 쓰러져 누웠던 자신을 깨워준 새. 그 새의 이름을 불러 친구가 되고 싶다는 고백은 모든 생명에 대한 마음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승도야’ (‘나의 새’ 중)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