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회화의 괴물」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어수선하게 쌓여있는 책 정리를 해야겠다. 그러다 문득 열아홉이나 스무살 때 겨우 모은 돈으로 책 한권을 사면서 기념으로 뭐라고 앞장에 써둔 글귀를 만나 옛 생각에 빠져드는 게 휴가가 될 것 같다.
김영하의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문학과지성사)를 읽고 싶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늘 재미있게 읽는다. 김영하의 감각은 일탈이다. ‘베이컨―회화의 괴물’(시공사)은 다시 보고 싶은 책.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에 담긴 현대인의 고통과 속박, 분노와 공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것이 나와 합일되는 순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