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5월 전몰장병기념일. 10년 동안 승마를 해왔던 그는 자신의 말과 함께 버지니아주 컬페퍼에서 종합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 중 말이 장애물 뛰어넘기를 거부하며 갑자기 멈춰서고 말았다. 관성의 힘에 쏠려 그는 말에서 굴러 떨어져 내동댕이쳐졌으며, 순간 몸이 마비되고 숨조차 쉴 수 없게 됐다. 목뼈 두 개가 부러져 척수의 신경조직이 끊어졌다.
의식을 잃은 그는 3분 뒤 달려온 구조대원들의 앰뷸런스에 실려 근처 컬페퍼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버지니아 의과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지내는 1주일 동안 그는 혼수상태에서 악몽에 시달리며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빠른 쾌유를 바라는 팬들의 편지가 40만통이나 날아들고 클린턴대통령까지 편지를 보내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희망을 안겨준 것은 부인 다나의 깊은 사랑과 헌신이 담긴 고백이었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그리고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 말을 듣고 그는 어쩌면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엄청난역경을이겨 다른 사람에게 누가되지않는것이었다.
그 뒤 그는 힘든 투병과정을 거쳐 회복돼갔으며 결국 휠체어에 의지하는 척수장애인이 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슈퍼맨’이었다. 미국과 전세계 척수장애인들의 대변자가 돼 척수연구기금을 마련하는가 하면 영화감독 자서전집필 등의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