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이문열「삼국지」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53분


“논술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이문열의 ‘삼국지’를 13번이나 읽었어요.”

93년 서울대에 수석입학한 최지훈군은 논술고사에 어떻게 대비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문열 평역(評譯)의 ‘삼국지’가 중고생들 사이에 폭발적 판매 신장을 보인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기회를 놓칠세라 출판사측은 즉각 이 말을 책광고 카피에 그대로 썼고, 그 효과는 적중했다. 출판사측이 최군에게 대가로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했음은 물론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가 돼 있었다. 동양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데다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등으로 장안의 지가를 높이고 있던 30대의 젊은 작가 이문열이 한글세대에 맞는 문체와 언어감각에다 독창적 해석으로 이 책을 내놓자 젊은 독자들에게 큰 각광을 받았던 것.

이런 상황에서 최군의 말은 ‘기름에 불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결국 이 책은 우리나라 출판사상 보기드물게 97년 9월 1000만부 판매기록을 세웠으며 현재까지 1150만부가 나갔다.

그러나 이 책을 시험준비용 책이라고만 한다면 잘못된 평가다. 93년 한국출판연구소 조사에서 ‘평생 기억에 남는 도서’에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더라도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작가 이문열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단순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중후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문장,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이 책을 현대인의 삶의 길잡이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의 연령층 또한 10대에서 70대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고 매년 100만부 가까이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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