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맞아 오늘의 한국미술을 조망하자는 의미에서 ‘천(千)’이라는 개념을 강조, 1천명의 작가가 1천점을 전시한다. 그동안 1천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는 국내에서 드물었다. 전시기간도 한국의 오늘을 살피자는 뜻에서 제헌절과 광복절사이로 정했다.
박순철의 ‘백범 선생상’, 이수동의 ‘한국청년’ 등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김흥수 박노수 서세옥 김기창 등 화단 원로에서부터 이두식 이숙자 황창배 등 중견작가에 이르기까지 참여작가도 다양하다.
갤러리 상측은 “97년말에 시작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동시에 새천년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세기말 한국미술의 현실을 점검하는 한편 다가올 21세기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취지.
그러나 출품작들에서 이같은 기획의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많은 작가들이 예전과 비슷한 초상화 정물 누드 등의 작품들을 다시 출품했을 뿐이다. 이번 전시와 관련된 주제나 경향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전시방식도 문제. 좁은 공간에 1천점을 무리하게 걸다 보니 작품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야 감상이 편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벽면마다 수 백개의 작품이 빽빽하게 뒤덮듯 걸려 있어 여유있는 작품감상기회를 가로막는다. 전시보다는 작품판매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한 인상을 줄 수 도 있다.
이에 대해 갤러리 상측은 “관람객을 위해 동선(動線)을 표시하고 안내원을 배치해 편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규모로 한 자리에 모아 감상기회를 마련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무리한 전시형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