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에 결혼해 6남매를 둔 최모 할머니는 직업군인인 남편 배모씨(75)가 사업에 손을 대기 전까지는 평범한 가정주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평범한 가장이던 남편은 사업 번창과 함께 바람기를 자제하지 못했고 부인 최씨는 수많은 날들을 가슴앓이하며 보내야 했다.
남편이 서울시내에서 재래식 시장내 상권을 주무르며 수십억원대 재산을 모았지만 집안에는 근심이 떠나지 않았다.
남편은 밖에서 자식을 낳아왔고 환갑을 지나서도 유부녀와 경기도내 한 러브호텔에 투숙했다가 상대방 가족에게 들켜 집안을 온통 쑥밭으로 만들어 놨다. 배씨는 툭하면 부인에게 주먹까지 휘둘렀다. 부인은 남편에게 맞아 왼쪽 귀의 청력까지 잃고 보청기에 의존했으며 심지어는 딸의 약혼자나 며느리 앞에서까지 손찌검을 당해야 했다.
남편은 97년이후 건강 악화로 외국에 머물고 있던 아들을 불러들여 사업을 맡겼으나 “대표이사 자리를 넘보다니 용서할 수 없다”며 친아들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최씨는 98년 54년간 시달리던 남편을 떠나 아들 집으로 이사했고 곧바로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합의4부(재판장 이재환·李載桓 부장판사)는 19일 “남편 배씨는 거듭된 불륜관계에다 가족들 앞에서 부인을 때리고 아들을 고소하는 등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든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