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히라노 게이치로 「달」

  • 입력 1999년 7월 20일 14시 25분


▼「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양윤옥 옮김/문학동네 펴냄/184쪽 6500원▼

때는 1897년, 메이지 중기 초여름, 도츠카와 마을의 깊은 산중을 여행하던 한 젊은 시인이 독사에 물려 의식을 잃는다. 그는 마침 그곳을 지나던 산사의 노승에게 발견되어 절에서 요양하는데, 그 절의 한켠에 있는 암자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쿄를 떠날 때 이미 만남에의 전조를 느꼈고 절에서 보낸 밤마다 꿈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보았던 그는 어떤 운명적인 힘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꿈속의 여인을 실제로 목격하고 난 후부터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격정에 휩싸이는데…

`달`은 주체할 수 없는 정열에 사로잡힌 젊은 시인, 이루어질 수 없는 파괴적인 사랑에 탐닉하는 남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플롯등, 낭만주의적인 모티브를 세련되게 되살려낸 소설이다.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교토대학 법학과에 재학중이던 1999년 첫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현대문학의 새로운 태양으로 떠올랐다. 히라노는 그의 두번째 소설 `달`에서 소설쓰기의 원론인 모방이라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회귀하고 그것을 최첨단의 현대적 소설기법으로 만들어냈다.

방혜영<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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