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장산부’라는 필명으로 무협소설을 썼다. 20일 출간된 ‘무위록(無爲錄)’(전3권·북하우스). 이 무협소설의 시대배경은 고려. 이웃 일본 남조 천황의 고문 요다 훈게이는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남긴 무예비급 ‘금해진경(金海眞經)’을 손에 넣어 동북아시아의 맹주가 되려 한다. 이에 맞서 신라 화랑도의 후신인 화랑방, 백제유민이 창시한 길상파, 고구려 조의선인의 후예인 조의문 등 한국의 각 파들이 요다가 파견한 사무라이들에 맞서는데….
그의 무협지 쓰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왜 무협소설을 썼나?
“기존 글쓰기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상업적 문화는 현재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문화와 10대문화의 양대 주도권 아래 있다. 순수문학이든 대중문학이든 이 흐름은 마찬가지다. 청장년 남성은 문화향수에서 소외돼 있다.”
―그렇다해도 무협소설은 너무 상업적인 것 아닌가?
“남성 독자들이 많이 읽을 수 있다면 상업성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역사와 신화를 얽는 가장 재미있는 형식으로 무협을 택했다.”
―한국전통 무협을 다룬 국내 창작은 드문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소설을 쓰며 줄곧 생각한 것은 ‘동이(東夷)족의 신화만들기’라는 것이었다. 우리 문화가 쉽게 어떤 유행에 쏠리고 편향되는 것은 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설, 무협소설 중 한 가지만 선택할 것인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소설쓰기라는 한 우물을 좀 크게 파는 것일 뿐이다. 내 기존 소설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독자에 대한 예의로 필명을 쓴 것일 뿐이다. 무협소설 쓰는 일을 감출 것도 없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