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거칠 것이 없어라:김종서평전」

  • 입력 1999년 7월 21일 16시 09분


▼「거칠 것이 없어라:김종서평전」/이덕일 지음/김영사 펴냄/356쪽 9900원▼

편함과 순간의 이익을 좇아 수도 없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시대, 그리하여 너무도 거칠 것이 많은 시대에, 원칙에 충실했고 영원한 가치에 목숨을 걸었던 인물, 김종서는 우리 시대에 새롭게 부활해야 할 위인이다.

김종서는 `호랑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국경을 넓힌 무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문과를 급제한 유능한 관리였으며 뛰어난 성리학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서는 수양대군의 야심으로 빚어진 계유정난의 역류를 만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성리학적 정치 질서를 잡아나가던 조선초기 역사의 정수리에서 만난 두 사내, 김종서와 수양대군. 수양은 반정의 과정에서 단종을 보위하려는 만고충신 김종서를 가장 두려워했으며, 제거의 1차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은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아 가는 진실의 추적과정일 뿐만 아니라, 김종서를 중심으로 조선 초기 역사를 새롭게 평가한 도전적인 역사서이다. 계유정난이라는 쿠데타로 조선초기 정치가 어떻게 좌절되는지를 새로이 밝혀낸다. 그리고 그 질서를 유지하고자 목숨을 걸었던 김종서와 그와 대별되는 권력의 추종자들을 비교하여 보여 줌으로써 가치있는 삶의 의미와 오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삶은 부패한 현실과 정치에 대한 엄한 꾸짖음이며, 그런 현실 앞에서 원칙과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 이덕일은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역사연구의 성과를 대중과 함께 나누는 작업을 시도하여 한국사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사도세자의 고백` `누가 왕을 죽였는가`등의 저서는 역사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미례<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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