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불의 문」

  • 입력 1999년 7월 23일 18시 17분


▼「불의 문」스티븐 프레스필드 지음/이은희 옮김/들녘 펴냄/전2권 각 300쪽 7500원▼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중 B.C.480년에 있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오늘날 운동종목 마라톤이 유래한 것으로 유명한 마라톤전투(B.C.490년) 보다 10년 뒤에 일어난 이 전투에서 3백명의 스파르타 군대는 2백만명의 거대한 페르시아 군대와 맞써 싸웠다.이 작품은 스파르타인들의 불굴의 정신을 담은 서사적 작품이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이끄는 2백만 대군이 그리스로 침공해오자 선발된 3백명의 스파르타 군대가 테르모필레 고갯길로 급파된다.이 곳은 협소한 지형이어서 페르시아 기병부대를 방어하기 좋은 장소.스파르타 군인들은 무기가 다 부서져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이 고개에서 7일 동안 침략자들에게 저항,페르시아 침략의 예봉을 꺾는다.이들은 거의 모두 전사하지만 그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그리스인들은 이들이 보여준 대담한 용기와 불굴의 정신을 받들어 단합,그뒤 살라미스와 플라타에아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물리친다.동방의 전제군주정치와 그리스의 민주정치가 맞붙었던 싸움에서 그리스가 이김으로써 소멸할 뻔 했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꽃을 피워 후대에 물려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그 중에서도 왜 아테네가 아니고 스파르타인가? 그들은 승산없는 싸움에서 무엇을 위해 최후까지 저항했던가?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초연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이러한 호기심에서 방대한 자료조사와 상상력으로 스파르타인의 진면목을 밝혀낸다.

3백명의 군대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들로만 구성됐다.전사하더라도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한 것.딸만 넷이고 아들이 없어 출전 자격이 없는 한 장교는 다른 집 남자아기를 양자로 들인 뒤 자진해서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에겐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불명예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아내와 아이들,전우들에게 무가치하게 보이기 싫어 오히려 싸움터로 향했다.

지금도 이 곳에는 당시의 용사들을 위한 초라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길손들이여,스파르타에 가서 전해주오.조국의 명을 받들어 여기,우리 이렇게 누워 있노라고.”

작품 줄거리는 전투를 향해 서서히 진행되다가 일단 전투가 발발한 뒤론 급박하게 펼쳐진다.주인공 크세오네스의 인생유전을 통해 그리스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1권은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지만,본격적인 전쟁이 전개되는 2권부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구성으로 빨리 읽힌다.전투는 끔찍하지만 저자가 창조해낸 인물들은 가슴뭉클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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