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작품은 한국문학의 확장된 형태인가, 아니면 미국문학인가?
95년부터 3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한 김승희교수(서강대·작가)는 현재 한국문학 연구자 사이에 한국문학작품 범위설정에 관한 정의가 △한국인이 한글로 쓴 자품 △작가의 국적에 관계없이 정치사회적 경험을 공유한 한글작품 △한글로 쓰여진 작품 △언어에 관계없이 한국적 문화경험과 정체성을 공유한 작품 등으로 엇갈린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이민자의 심리를 묘사했지만 영어로 쓰여진 강용홀의 ‘꽃신’의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문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김교수는 또 “국경개념이 약화되는 시대에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를 넘어서 교포의 한글작품 혹은 한국계 작가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등 소수민족문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대학 강의의 교과서 변화. 대부분 대학들이 백인작가 중심의 ‘노튼(Norton)선집’에서 아프리카계 스페인계 아시아계 작품을 중시한 ‘히스(Heath)선집’으로 교재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문학을 연구하는 국내 학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국내 ‘영어영문학회지’에 한국계 미국작가에 대한 연구논문 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수잔 최는 최근 한국어판 발간(문학세계사·전2권) 2개월만에 소설 속 남자주인공의 모국이자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을 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유학체험담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인종차별을 느낀 적도 없고 부모들로부터도 줄곧 ‘너는 미국인’이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그럼에도 닫힌 원의 바깥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소외감을 종종 느끼곤 했다”고 심경을 털어놓는다.
한국음식이 싫다던 그의 아버지가 한국여인과 재혼한 뒤 한국음식만을 맛있게 먹을 때, 러시아계 유태인인 생모가 그가 모르는 히브리말로 노래부르는 것을 바라볼 때, 한국인이든 유태인이든 어느 한쪽이기라도 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다.
그런 복합적 배경 덕분에 작가로서 남다른 시선을 갖게 된 것도 사실. 백인 중산층 미국인이라면 하나로만 보았을 현상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나 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을 소설로 표현하려는 것도 그 예.
“2차대전 이후 미국에는 이렇다할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대개의 미국인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다. 억압당했던 사람이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것같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냥 미국의 젊은 작가로 인정되길 바랄 뿐이다.
한편 그는 저명한 문예종합지 ‘뉴요커’ 창간 75주년 기념기획의 보조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1925년 창간 이후 ‘뉴요커’에 실린 글들 중 뉴욕에 관한 빼어난 글 20여편을 선정해 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는 24일 서울 교보문고에서 독자사인회를 갖고 국내 독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미국인들은 대개 자신의 소설을 러브스토리로만 읽는데 반해 한국 독자들은 전쟁의 상흔을 읽어내 줘 기뻤다고 말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