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가 남다른 이유는 문화관광부 주최로 열리는 정부의 첫 밀레니엄 행사이면서도 정부는 예산(2억9천여만원)만 지원할 뿐 기획과 진행은 제도권 밖에서 활동해온 젊은 ‘문화 게릴라’들이 도맡았다는 점. 청소년들의 발랄함과 자유분방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행사가 국가의 권위와 전통을 상징하는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게 된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축제 운영을 맡은 ‘체인지21’에는 독립음반사 ‘인디’의 대표인 김종휘를 비롯, 인디밴드 ‘허벅지’의 리더인 안이영노, ‘홍대거리미술제’기획단장 조중현, 문화평론가 김지룡,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 등 튀는 젊은이 21명이 참여했다.
낮에는 미술축제, 밤에는 음악축제 위주로 열릴 이 행사는 △광화문에서 놀자 콘서트 △아트 게릴라들의 거리 갤러리 △중 고딩을 위한 광화문 미술캠프 △10대 아해들의 이색 패션쇼 △청소년 만화작가 500인 데뷔전 등으로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행사기간 중 매일 오후7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맞은 편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광화문에서 놀자 콘서트’. TV를 석권한 가요계의 주류 가수들과 대학가 언더그라운드 카페에서 활동해온 비주류 가수들이 서로의 벽을 허무는 무대다. 김현정 박미경 이승철 김종서 ‘신화’ ‘윤도현 밴드’ ‘자우림’ ‘크라잉너트’ ‘어어부 프로젝트’ ‘펄럭펄럭’ 등이 참여한다. 대학로 등 거리에서 춤추는 10대 댄스팀들도 어엿한 출연자들.
또 관객들이 놀면서 참여할 수 있는 ‘수용자 중심’의 관람을 위해 열린마당 중앙의 움푹 패인 정사각형 공간(가로 세로 30m)에 무릎 높이의 물을 채워 ‘깜짝 풀장’을 만들 계획. 광화문 일대 길거리에서 펼쳐질 ‘아트 게릴라들의 거리 갤러리’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정치적 음모를 풍자한 권투 쇼가 함께 열리는 ‘네 쇼는 재미가 없다?’ 등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편 행사에 앞서 27일에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젊은 세대를 위한 대안문화의 모색’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 중 연세대 조혜정 교수는 일본과 영국 청소년 문화의 사례를 소개한 뒤 “유연함과 상상력으로 일과 놀이의 이분법을 깨는 젊은이들이 문명의 전환기를 주도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