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전은 평소 사용하던 곳이 아니어서 열쇠를 채워 놓았다. 도난 사실을 나중에야 발견했다.”(경북 남장사 관음전 조사진영)
한국의 문화유산 중 70∼80%로 추정되는 불교문화재. 그러나 박물관이 아니라 개별 사찰에 보관돼 있는 불교문화재는 흔히 도난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불교 조계종 문화부는 최근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표했다. 도난 사찰문화재에 대한 사진과 세부설명, 도난경위 등을 총망라한 백서가 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서에 따르면 84년부터 99년 상반기까지 사찰에서 발생한 문화재 도난사건은 총 316건에 453점. 이 중에는 보물 6점과 각종 지정문화재 24점이 포함돼 있다.
가장 많이 도난당한 문화재 종류는 탱화(불교회화).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는 불화가 국제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경매되는데다 틀만 제거하거나 칼로 오리면 쉽게 절취할 수 있기 때문. 절주변 야산에 방치돼 있는 탑들도 밤새 굴려서 차로 실어가는 등 도난에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대별로는 눈―비 오는날 밤11시∼새벽4시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 및 대책
사찰문화재의 경우 불교계와 국가가 2원 체제로 관리를 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사찰측에서는 문화재라기 보다는 신앙의 대상으로, 국가에서는 사찰 소유의 재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찰 문화재는 문화재 비전문가인 스님 몇 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송광사 국사전의 경우 바로 옆에 주지실과 선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을 뚫고 침입했으며 도난경보기조차 울리지 않았다.
특히 조계종 태고종 분규가 끊이지 않았던 순천 선암사의 유서깊은 탱화들은 도난 일시와 경위조차 ‘미상’이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김현권씨는 “백서 발간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는 불교문화재를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사찰 문화재에 대한 국가 및 시도문화재 지정 확대 △사찰들을 연계하는 종합안전관제시스템 개발 △본사별 성보박물관 건립 활성화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