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영자가 뮤지컬 무대에 두번째로 도전한다. 가족뮤지컬 ‘살을 빼고싶은 돼지이야기’. 온종일 먹기만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해 살아나는 주인공 돼지 ‘꿀이’ 역이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웬만한 여자 연기자라면 피하고 싶은 배역. 그러나 91년 TV데뷔 후 줄곧 “살아 살아 내 살들아…”하며 자신의 풍만함을 감추지 않던 그로서는 해볼만한 역이다. 8월5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이제는 시집갈 준비도 해야하는데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작품이 워낙 맘에 들어 그저 연기에만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뮤지컬 ‘라이프’에 출연,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흑인 창녀역을 멋들어지게 소화해냈다. 사실 이영자는 방송 데뷔 전 코미디클럽에서 1인 스탠딩코미디로 늘 객석의 배꼽을 움켜쥐었던 탁월한 애드리브 코미디언이었다. 또 KBS ‘금촌댁네 사람들’에서 개그맨으로서는 흔치 않게 6개월 이상 출연, 연기경험을 쌓았다. 뮤지컬 배우를 준비해온 셈.
방송가에서도 손꼽히는 그의 친화력은 배우들간의 호흡이 결정적인 뮤지컬 무대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KBS의 한 중견PD는 “이영자 주변에는 항상 당대의 인기 여자연예인들이 ‘영자야’ ‘언니∼’하며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실제 이영자는 최진실 엄정화 이소라 등 겉으로는 ‘상극(相剋)’일 법한 미녀군단들과 친자매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영자는 이 작품에서 돼지 가면을 쓰지않고 비만한 돼지의 캐릭터를 살린 분장과 의상만으로 ‘꿀이’역을 소화해낸다. 가족뮤지컬인만큼 ‘동물과의 눈높이’를 맞춰야 어린이 관객들을 끌 수 있다는 생각.
“극중 ‘꿀이’가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도망다니는 장면에서는 객석에까지 뛰어드니 살은 알아서 빠지겠죠. 그런데 객석에서 나를 도살자로부터 가려줄만한 사람이 있으려나….하하핫!”
콜린 맥 노튼 작. 임수택 각색. 양정현 연출. 8월22일까지. 오후2시 5시(토 7시반 추가공연). 1만5000∼3만원.(유치원생 이상 관람가). 02―516―1501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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