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가난하고 못생겼지만 천재적 연기력을 지니고 있는 오유경(박연희)과 배경 미모 연기력을 고루 지닌 신유미(이항나)가 연극 ‘홍천녀’의 주역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을 연극 속의 연극 형식으로 그린다.
실험적 형식미는 수시로 동원되는 영화적 기법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오유경과 신유미를 자주 짧게 비추는 조명과 특정 장면을 부각시키키 위해 사용한 영화 ‘매트릭스’류의 스톱모션 기법 등은 연극보기의 재미를 배가시키면서 방대한 만화원작을 압축해내는 효과도 갖췄다. 그러나 오유경과 신유미만이 격돌하는 극중극에서 사용된 30여번의 장면전환은 지나치게 잦아 시점을 다소 혼란스럽게 했다. 현실을 넘나들기 위한 기법으로 사용되었겠지만 극중극이 끝나는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들이 연극자체가 끝난 것으로 착각,피날레 박수가 터져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떼아뜨르 노리’의 창단멤버이자 러시아 쉬옙킨 연극대 최연소 한국인 졸업생 이항나는 평소의 당찬 모습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힘있는 연기로 객석을 압도했다. 극중극에서 흰자위를 드러내며 ‘어버버…’하는 헬렌 켈러 연기는 압권으로 꼽힐 만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은행나무극장에서 8월15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월 공연쉼). 1만2000원(일반)1만원(중고생). 02―540―6674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