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계에서 새롭고 독자적인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 조동일 서울대교수(국문학), 이승환 고려대교수(철학), 조혜정 연세대교수(문화인류학)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나왔다.
민음사에서 다음 주 중 발간되는 이진우 계명대교수(철학)의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 이교수는 서양을 무조건 모방하는 일이나 서양과의 대립을 통해 우리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 모두 서양콤플렉스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 ‘콤플렉스’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교수는 이들 세 교수의 새로운 방법론 모색은 서양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고 조동일교수의 패러다임을 ‘보편적 세계주의’, 이승환교수의 패러다임을 ‘절충적 보편주의’, 조혜정교수의 패러다임을 ‘실천적 보편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한국이라는 특수성과 세계적 가치라는 보편성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조동일교수에 대해선 “우리 전통으로 세계적 보편 타당성을 지닌 거대이론을 창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조교수가 ‘구체적 현실에 대한 이론적 의미를 검토하지 않고 바깥 학문과의 진정한 토론과 대결없이 우리 학문을 절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조교수는 “나의 저작물을 제대로 읽지 않은 인상비평에 불과하다. 이교수가 말하는 현실성이라는 것도 실은 공허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승환교수의 절충적 보편주의에 대해선 “자본주의라는 바깥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사상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조동일교수의 거대이론보다는 생산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동양과 서양의 장점을 추상화시킨다는 점에서 구체성을 상실한 형식적 보편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
이승환교수의 반박이 없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 종교문제 등 우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학문을 하고 이를 이론화하고자 한다. 오히려 이교수의 논의가 추상적인 것 아닌가”하고 재비판한다.
조혜정교수의 패러다임에 대해선 “한국 사회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보편적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천적 보편주의로, 자생적 패러다임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지적. 그러나 “우리 사회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서술할 뿐, 체계적 이론을 구축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전통 문화가 보편주의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조교수는 이에 대해 “이교수의 접근방법이나 논의 맥락이 나의 방법론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같은 비판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
이들의 논쟁이 새 밀레니엄을 맞아 우리 학문의 패러다임을 새로 세우는 생산적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