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더그룹의 형님 격인 ‘황신혜 밴드’의 리더 김형태(34)가 6일부터 공연되는 퍼포먼스 음악극 ‘햄릿 프로젝트’에서 햄릿 역을 맡는다. 요즘 문화의 흐름이 장르간의 융합과 혼성모방이라지만 “좀 장난같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태도 “나도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정색을 하고 “이제까지 내가 추구한 실험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 펑크’라는 뿌리에서 다양한 가지를 뻗어왔다는 것. 이번 연극에서도 ‘햄릿’이라는 고전을 자신만의 색깔로 ‘변주’, ‘뿌리’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연출자 김아라(극단 무천 대표)도 그의 형식 실험을 보고 캐스팅했다는 전언.
이번 무대를 정극이 아닌 퍼포먼스로 꾸미기 위해 비연극인을 찾던 김아라는 두달전 ‘황신혜 밴드’콘서트에서 노래부르다 말고 객석에 말을 거는 등의 파격적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이거야!”하며 무릎을 쳤었다. 그리고 곧장 맹훈련에 돌입.
김형태가 표현하는 햄릿은 사색과 우유부단의 상징이 아니다. 같은 연출자가 6월에 선보였던 ‘햄릿1999’에서와 같은 나약함은 없고 오히려 세기말적 광기를 다양한 연희(演戱)양식으로 담아낸다.
그는 힘든 몸을 이끌고(그는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한달간 합숙 연습하면서 햄릿에서 20세기말 도시인의 소시민적 갈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면 가끔 교도소에서 나왔다며 물건을 강매하는 이를 만나잖아요. 대부분의 승객들은 ‘으이그, 저걸…’하면서도 그냥 입을 다물죠. 이번 햄릿은 그 버스에 탄 학교교사 쯤 되는 지식인입니다.”
극중 행동반경과 공간도 파격적일만큼 비좁고 주변과 격리된다.
야외무대 중앙의 연못 가운데 자리잡은 지름 1m의 무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필리어 레어터즈 왕비 등 주변인물들의 배신과 조롱에 고민하다가 마침내는 “마음이여 잔인해져라. 그것만이 살길이야!”라며 광기를 내뿜는다.
아무리 퍼포먼스라지만 그래도 연극인데 연기는? 그는 홍익대 서양학과 졸업후 89년부터 퍼포먼스에 가까운 라이브 공연으로 청중과 호흡 맞추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그런 끼가 이번 공연에도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
뮤지션답게 음악감독도 겸직한다. 연출자는 당초 햄릿의 격한 감정을 담기 위해 록음악을 원했지만 김형태가 “록 자체가 기승전결의 드라마라서 연극과 충돌할 수 있다”며 단순반복의 테크노를 선택했다고. 경기 죽산 무천야외극장에서 29일까지 금토일요일만 밤 8시 공연. 1만∼3만원. 02―764―3375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