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모형을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차가 닛산의 소형 RV(레저용차량)‘큐브’. 지난해초 선보인 큐브는 일본내에서 도요타 코롤라에 이어 당당히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다.
NTT의 자회사인 NTT도코모가 지난해 선보인 전자메일 송수신기 ‘포켓보드’는 5개월만에 50만대가 팔려나갔다. 당초 예상했던 5만대보다 10배나 더 팔린 수치.
포켓보드는 PC 등 정보기기 조작에 미숙한 20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당초 남성 소비자도 공략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했지만 타사 제품과 차별화가 안된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렇게 해서 복잡한 기능을 생략한 대신 한 통화당 10엔이라는 싼 비용으로 1000자 이내의 정보를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이 탄생했다.
큐브와 포켓보드의 성공 비결은 목표 고객층을 명확히 설정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모두에게 팔겠다’는 전략을 포기해야 성공한다는 얘기다.
4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히트제품의 성공비결―일본의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는 “신제품 개발은 사전에 대상 고객을 명확히 설정한 후에 시작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소니가 내놓은 미니 노트북 ‘VAIO’는 비업무용으로 노트북PC를 사용하는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색다른 기능을 덧붙였다. ‘모션아이’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해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익숙한 젊은층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연구소는 “히트상품 개발에 어울리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NTT는 신제품 개발에 의욕을 보인 20대 여성 2명을 포켓보드의 개발 주역으로 전격 발탁했고 닛산은 큐브를 위해 기술인력은 물론 사무직까지 젊은 사원들로 구성, 20대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 것이 좋은 예.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