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평범함 속에 내재된 욕망, 관습과 제도를 거부하는 불온함의 내면풍경을 섬뜩하게 포착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급부상한 전경린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98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구름모자 벗기 게임'을 대폭 손질한 것으로, '나쁜 날씨'같은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삶을 향해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도 두려운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사막의 달'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96년에는 단편 '염소를 모는 여자'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경린은, 97년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문학동네소설상을, 99년에는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21세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적요와 우수, 일탈과 격정이 정밀한 문체에 의해 교직되어 있는 이번 장편은 나비, 나팔꽃, 따뜻한 바닷물, 한적한 교외, 폐가등 가벼운 이미지를 배경으로, 일탈 격정 정념 배반 도피등과 같은 가차없는 사랑의 사건들이 질주한다. 그러나 그 격렬한 사랑의 드라마를 포착하는 카메라는 어느 순간, 외부로 향하지 않고 '나'의 내부를 응시한다.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 새로운 나, 진정한 나를, 이 지점에서 전경린문학은 성큼 놀라운 진화를 성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