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지음 /문이당/268·278쪽/ 각권 7500원▼
저자는 경찰관 생활을 거친 뒤 96년 장편소설 ‘아버지’를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북에서 혁명열사의 유가족으로 우대받고 자란 김지숙. 중국에 사는 이모에게 가서 지내다가 영문도 모른 채 보위부에 체포돼 송환되던 중 탈북자 권장혁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점철된 도주길, 그 사이에 싹트는 두 사람의 사랑.
한국망명을 결심한 둘은 베이징의 한국대사관까지 갔다가 북의 사주를 받은 마피아의 추격을 받고, 홍콩으로의 잠입에도 실패한다. 결국 미얀마로 가는 우회로를 택하지만….
이야기는 한국을 배경으로 또 다른 축을 이루며 빠르게 전개된다. 지숙이 북으로 송환되게 된 것은 바로 남쪽에 있던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 김영식은 해방 전 월북, 대남공작원으로 남파됐다 검거돼 26년째 복역 중인 장기수. 그러나 미국에 살던 여동생이 국제사면위원회를 통해 그의 북송을 요구하자 북은 그의 딸인 지숙의 신병을 급히 확보하려 했던 것.
‘아버지’에서 소외된 가장의 모습을 눈물겨운 필치로 그려낸 작가는 이 작품에서 긴장감 넘치는 문체와 빠른 호흡으로 대변신을 시도했다.
탈북자의 현실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을 고발한 첫 장편소설로 눈길을 끈다. 전5권으로 완간될 예정.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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