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세상이 앉은 의자'

  • 입력 1999년 8월 13일 18시 41분


▼'세상이 앉은 의자' 이병철 글/정수진 그림/문학동네 펴냄/144쪽 5500원▼

빼어난 서정성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병천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느릅나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정수진씨의 따뜻한 삽화와 더불어 새롭게 태어났다.

동식물을 의인화하며 우화성을 강조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궁극적 지향은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데 있다. 시적인 상상력과 문체가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인 출신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이런 동화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원자화되어 분주한 일상의 틀에 얽매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발견하는 지혜와 깨달음의 눈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한 그루 느릅나무였던 변두리 역사 대합실의 나무의자가 되어 자기 자신이 아닌,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형태에 이끌려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참다운 '나'와 , 그 참다운 '나'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연의 세계를 일러주고 있다. 느릅나무 의자의 눈과 귀가 되어, 보고 들은 다섯 사람들의 우연과 필연에는, 우리들이 스쳐 지나가는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의 겹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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