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구본형/사마천의 '사기열전'

  • 입력 1999년 8월 20일 18시 47분


산업혁명의 시기에 노동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값싼 생산요소였다. 인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노동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정치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기술과 지식의 힘은 사회주의가 현실적으로 몰락한 지금 다시 인간을 경영의 핵심으로 되돌아오게 하였다. 인간만이 진정한 자산이 되었다. 경영의 과제는 그러므로 다양한 구성원의 잠재력을 모아 조직의 성과에 직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난을 여는 첫 장에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제일로 꼽았다. 어떠한 틀에도 지배받지 않는 다양한 인간들의 자유롭고 위대한 정신이 살아있다. 피가 흐르고 숨소리가 들린다.

‘임안에게 보내는 글’속에서 사마천은 궁형(宮刑)의 치욕을 참고 살아있는 이유는 ‘마음 속에 맹세한 일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자신을 상황의 희생자로 만들지 않았다. 사기 130권은 그가 자신의 일생을 건 프로젝트였다. 인생을 한 곳에 모두 건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특징이다.

사기열전 70권 속에 사마천은 자신을 세계의 한가운데 우뚝 세우려는 수많은 빌 게이츠들을 등장시킨다. 그들을 지켜보면 우리의 정신이 자유로워진다.

제나라 관중은 먹고살기 어려우면 애비가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 보험금을 타려드는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백성은 창고가 차야만 예절을 안다’고 말했다.

손자는 오왕 합려의 총애를 받는 두 여인의 목을 베어 군기를 세움으로써 여인들도 훌륭한 군사(軍師)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하여 병법의 대가가 되었다.

맹상군은 이미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것을 통찰하고 한가지 재주만 있어도 빈객으로 받아들여 일천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인상여는 약한 나라도 강한 나라를 효과적으로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위대한 네고시에이터가 되었다.

여불위는 장사꾼이다. 그는 물건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함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21세기를 맞는 한국사회의 치명적인 약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신적 경직이다. 자유로운 정신없이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없다.

△변화경영 전문가 △54년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사학과, 경영대학원 졸 △저서 ‘낯선 곳에서의 아침’ ‘익숙한 것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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