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오게네스의 햇빛'/ 프랑수아즈 케리젤 지음/홍은주 옮김/예문/6800원
▼ '불을 훔친 사람들'/프랑수와 봉 지음/김병욱 옮김/예문/6800원
‘디오게네스의…’는 철학 에세이스트가, ‘불을 훔친…’은 소설가가 쓴 책. 각각 95년 96년 프랑스에서 출판돼 호평을 받았었다. 일상적인 이야기 중심이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서양철학과 시의 입문서인 셈.
‘디오게네스의…’는 탈레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 자연철학자에서부터 소크라테스, 플라론, 아리스토텔레스 등 인본주의 철학자와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실천주의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철학만큼이나 다양한 철인(哲人)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자신을 찾아온 알렉산더대왕에게 감히 “햇빛이 가리는군요. 옆으로 한발짝만 비켜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던 디오게네스. 그에게 햇빛은 왕보다 더 중요한 것, 즉 진리요 철학이었다. 책 제목도 이같은 의미를 함축한다.
이 책은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어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화체로 되어 있어 철학자들과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주·세계의 기원과 생성,인간 존재의 가치 등 서양 철학의 뿌리를 찾아갈 수 있다.
한 예로,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된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소피스트들이 한낱 고집쟁이 독설가가 아니라 이성(理性)에 바탕을 둔 치밀한 논리주의자였음을 알게 된다. 철학을 말하지 않으면서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불을 훔친…’은 이탈리아의 단테를 필두로 영국 낭만주의의 셸리, 바이런, 독일의 횔덜린, 릴케, 프랑스 상징주의의 보들레르, 랭보, 초현실주의의 길을 연 아폴리네르 등 기라성같은 시인들의 삶과 시를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삶 속에 숨겨진 내밀한 욕망을 들춰내고 그것이 어떻게 시로 표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끝없는 가난과 방황, 격정적인 사랑, 광기,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시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지녔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건 이들이 시를 통해 인간의 영역인 언어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신의 영역인 구원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신(神)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말이다.
두 책을 관통하는 직관과 감각,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매력을 더해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