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디오게네스의 햇빛' '불을 훔친 사람들'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진리의 심연을 탐색하는 철학과 시. 차이가 있다면 철학이 체계적 논리적이고 시는 그 논리를 초월하려 한다는 점.그러나 세인(세인)들에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편안하게 그 세계로 안내해주는 책은 없을까?여기 두 권의 책.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일상을 통해 서양철학의 기원과 역사를 소개한 ‘디오게네스의 햇빛’. 중세 이후 20세기초까지 서양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격정적인 삶과 문학 편력(편역)을 통해 삶과 시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불을 훔친 사람들’ 그들을 따라가 본다.>>

▼ '디오게네스의 햇빛'/ 프랑수아즈 케리젤 지음/홍은주 옮김/예문/6800원

▼ '불을 훔친 사람들'/프랑수와 봉 지음/김병욱 옮김/예문/6800원

‘디오게네스의…’는 철학 에세이스트가, ‘불을 훔친…’은 소설가가 쓴 책. 각각 95년 96년 프랑스에서 출판돼 호평을 받았었다. 일상적인 이야기 중심이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서양철학과 시의 입문서인 셈.

‘디오게네스의…’는 탈레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 자연철학자에서부터 소크라테스, 플라론, 아리스토텔레스 등 인본주의 철학자와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실천주의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철학만큼이나 다양한 철인(哲人)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자신을 찾아온 알렉산더대왕에게 감히 “햇빛이 가리는군요. 옆으로 한발짝만 비켜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던 디오게네스. 그에게 햇빛은 왕보다 더 중요한 것, 즉 진리요 철학이었다. 책 제목도 이같은 의미를 함축한다.

이 책은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어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화체로 되어 있어 철학자들과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주·세계의 기원과 생성,인간 존재의 가치 등 서양 철학의 뿌리를 찾아갈 수 있다.

한 예로,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된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소피스트들이 한낱 고집쟁이 독설가가 아니라 이성(理性)에 바탕을 둔 치밀한 논리주의자였음을 알게 된다. 철학을 말하지 않으면서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불을 훔친…’은 이탈리아의 단테를 필두로 영국 낭만주의의 셸리, 바이런, 독일의 횔덜린, 릴케, 프랑스 상징주의의 보들레르, 랭보, 초현실주의의 길을 연 아폴리네르 등 기라성같은 시인들의 삶과 시를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삶 속에 숨겨진 내밀한 욕망을 들춰내고 그것이 어떻게 시로 표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시인들은 공통적으로 끝없는 가난과 방황, 격정적인 사랑, 광기,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시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지녔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건 이들이 시를 통해 인간의 영역인 언어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신의 영역인 구원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신(神)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말이다.

두 책을 관통하는 직관과 감각,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매력을 더해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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