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대운동회' 여주인공 패션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일본의 패션거리를 한 시간만 구경하면 우리나라에서 곧 어떤 패션이 뜰 지 ‘감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패션업계에선 신상품 개발 전 ‘일본시장조사’가 필수코스로 자리잡았죠. 일본 거리를 보지 않고도 패션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게임과 만화 TV 뮤직비디오와 같은 대중문화를 읽으면 일본 패션이 보이죠. 지금 일본에선 어떤 패션이 뜨고 있는지 패션평론가 김유리씨(39)가 하나하나 짚어보는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김씨는 서울 국제복장학원 디자인과와 일본 문화복장학원 복장과를 졸업했으며 96년 패션코디책 ‘옷 잘 입는 여자가 일도 잘한다’를 펴냈습니다.>>

일본 도쿄의 패션거리 ‘우라 하라주쿠’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가게가 즐비하다. 이곳에서 21세기 패션의 중요한 열쇠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스포츠룩.

우라 하라주쿠 말고도 스포츠룩을 실컷 볼 수 있는 데가 있다. 일본 컴퓨터게임 ‘대운동회’ 화면 속이다. 여자 주인공인 아카리를 스포츠 최고 학부인 ‘대학위성’에 보내기 위한 훈련과 입학 후 대운동회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승리자로 만드는 과정을 엮은 게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얼마 전 우리나라 TV에서 ‘파이팅 대운동회’라는 이름으로 방영됐다.

여기에 나오는 운동복들은 입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세련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수영복 스타일의 운동복과 가슴 밑까지 오는 짧은 상의는 스포티함과 깜찍함의 멋진 어울림을 보여준다.

옆선 네크라인 소맷단의 배색을 달리한 트리밍도 운동복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주고 있다. 양쪽 다리의 기장이 다른 타이즈 팬츠 등 작은 디테일의 변화도 마찬가지.

21세기의 스포츠룩은 스포티함과는 전혀 다른 요소인 우아함이나 요염함을 조화시켜 나가는 패션임을, 이 게임 제작팀은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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